## 개요 **번개**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예정 없이 바로 만나는 일이고, **정모**는 `정기 모임`을 줄인 말로 날짜를 정해 두고 모이는 자리입니다.[^opendict-bungae][^opendict-jeongmo] 두 말은 1990년대 PC통신 동호회에서 퍼졌습니다.[^segye-2022] 은어로서의 뜻은 [[게이 은어]] 「만남과 장소」 절에, 온라인 공간 자체의 변천은 [한국 게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변천](/wiki/korean-gay-online-communities)에 정리돼 있습니다. 게이바 문화는 [[게이바]], 섹스를 목적으로 가는 업소는 [[찜방]] 문서에 있습니다. ## 명칭 사전은 `번개 모임`을 "주로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던 사람들이 예정에 없이 즉석에서 실제로 만나는 모임"으로 풉니다.[^opendict-bungae] 게이 사이에서 번개는 뜻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하룻밤 섹스를 목적으로 만나는 일입니다. 연구 논문도 번개를 "일회적인 성관계를 뜻하는 게이 하위문화의 은어"로 적습니다.[^lim-2025] 그렇다고 원래 뜻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지금도 술 마실 사람을 모으는 `술번개` 게시판이 따로 있습니다.[^gaykorea-main] ## 역사 ### 1990년대 1996년 신문 기사는 번개를 대화방이나 게시판에서 시간과 장소를 즉석에서 정해 열 명에서 스무 명, 혹은 두세 명이 모였다 헤어지는 일로 소개했습니다. 그해 하이텔에 등록된 동호회와 소모임만 300여 개였고, 볼링장번개, 술번개, 둘이 만나는 번개팅처럼 목적에 따라 이름이 갈렸습니다.[^hankook-1996-06][^hankook-1996-09] ![흰색 상자 모양의 하이텔 단말기, 앞면에 HITEL 로고](/media/wiki/bungae-jeongmo/hitel-terminal.jpg "PC통신 하이텔 전용 단말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Wikimedia Commons, 공공누리 제1유형") PC통신 게이 모임은 섹스 상대를 찾는 곳이라기보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은 공동체**에 가까웠습니다. 게시판이 글로만 이뤄져 있어 상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구는 이 시기에도 성적인 만남은 여전히 종로의 극장, 사우나, 술집에서 이뤄졌다고 봅니다 ([[종로 게이 공간의 역사]]).[^lim-2025] 대신 모임은 크게 열렸습니다. 당시 활동한 한 게이바 운영자는 통신사 모임 하나가 모이면 150명,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 세 곳 모임이 함께 모이면 400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버스를 빌려 부산과 광주로 가거나 산행을 핑계로 지방 회원들과 어울렸고, 이태원의 한 소주집을 거점 삼아 몰려가기도 했습니다.[^kim-sangbaek] ### 2000년대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1:1 번개의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 왔습니다.** 게이 포털의 익명게시판에서 번개 상대를 구했고, 포털 카페의 회원 사진 게시판은 연애 상대를 찾는 자리가 됐습니다. 방식은 번거로웠습니다. 한 사람이 사진과 키, 몸무게, 나이를 올리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비밀 댓글로 메신저 아이디를 남기고, 글쓴이가 그 아이디를 하나씩 등록해 말을 거는 식이었습니다.[^lim-2025] ### 데이팅 앱 이후 위치 기반 데이팅 앱은 이 과정을 줄였습니다. 앱은 가까운 사람을 격자 모양 프로필로 늘어놓고 거리를 미터와 킬로미터로 보여 줍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답을 기다리던 과정이, 지금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바로 말을 거는 일로 바뀌었습니다.[^lim-2025] ## 방식 ### 번개 앱에서 대화를 여는 말에도 관습이 생겼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이용자는 인사하자마자 "어떤 분 찾으세요"라고 묻고, 번개를 원하면 `오픈이요`나 `번개만요`라고 답하는 흐름을 설명합니다. 대놓고 번개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는 민망함을 피하려고 돌려 말하는 방식입니다. 한편 한 번에 두세 명에서 열 명과 동시에 연락하다 보니 답이 조금만 늦어도 관계가 쉽게 끊긴다는 불만도 나옵니다.[^lim-2025] ### 정모 1:1 번개와 따로, 여럿이 꾸준히 만나는 **소모임**도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의 모임 게시판을 보면 모임의 형태는 카카오톡 단체방, 밴드, 포털 카페, 동호회로 나뉩니다.[^gaykorea-moim] 무엇을 기준으로 모이는지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기준 | 예 | | --- | --- | | 운동 | 배드민턴, 테니스, 족구, 스키와 스노보드, 스쿠버다이빙 | | 취미 | 댄스, 게임, 반려견 | | 지역 | 서울 동쪽, 충청, 부산, 대구·경상권 | | 나이 | `88~83년생`, `2030`처럼 출생 연도나 연령대를 제목에 적음 | | 체형 | 통통한 사람과 평균 체형(통스), 베어, 근육 | | 직업 | 언론인, 공기업·공무원·전문직 | [어링TV, 「게이들이 만든 축구 동호회에서 벌어지는 일」](https://www.youtube.com/watch?v=uwSVVk8Ybz8) 단체방이나 밴드로 모이는 모임에서 정모는 온라인 관계를 오프라인으로 잇는 자리입니다. "다른 지역은 정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만"이라는 조건을 붙여 회원을 받는 단체방도 있습니다.[^gaykorea-moim] 2014년 한 게이 카페는 그해 모임에 나오면 회원 등급을 올려 준다고 공지했습니다.[^daum-cafe-2014] 오프라인에 얼굴을 비추는 일을 회원 자격과 묶은 셈입니다. ## 문화 ### 친목과 번개의 구분 모임 안에서는 **친목과 번개를 나누는 선**이 자주 등장합니다. 모임 소개에 `순수친목`이나 `식차별 없는`이라는 말을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차별은 외모 취향(식)으로 사람을 가려 대하는 일을 뜻합니다.[^lim-2025] 술·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만 모이는 밴드처럼 모임의 성격을 조건으로 적어 두기도 합니다.[^gaykorea-moim] [종삼이태원말고, 「우정이야 섹파야? 게이 친목 모임의 실체」](https://www.youtube.com/watch?v=p0xCoK05Hks) 사이트 운영자도 이 선을 긋습니다. 한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는 2025년 공지에서 자신들을 "친목을 다지고 서로 교류하며 긍정적인 인연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소개했습니다.[^gaykorea-notice-2502] 성관계를 목적으로 한 만남 제안 글은 삭제하고, 연락처는 만남 전용 게시판에만 올리게 했습니다.[^gaykorea-notice-2502][^gaykorea-notice-2506] 모임과 번개가 겹칠 때 생기는 예의도 있습니다. 한 연구는 어느 모임에서 만났거나 한 번 섹스로 얼굴을 안 사람을 다른 자리에서 다시 만나면 서로 모른 척하는 것이 예의처럼 여겨진다고 짚습니다. 아는 척을 해도 되는지는 술자리에서 상대의 눈치를 보며 정한다는 증언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kim-lee-2024] ### 이름과 얼굴 게이 공간에서는 **본명 대신 다른 이름**을 쓰는 관습이 오래됐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은 처음부터 닉네임을 바탕으로 돌아갔고,[^lim-2025] 게이바에서도 손님들이 바에서만 쓰는 가명, 이른바 `바 네임`을 쓰곤 했습니다.[^kim-lee-2024] 반면 나이는 감추지 않는 편입니다. 모임 제목에 출생 연도 범위를 적을 만큼 나이가 모임을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gaykorea-moim] 사진은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는 정보입니다. 앱 이용자들은 사진 교환을 제안해도 서로 먼저 보내지 않으려 한다고 말합니다. 프로필에 `NPNC`(사진 없으면 대화하지 않음)를 적어 두기도 합니다. 남의 사진을 가져다 쓰는 **도용**이 오래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lim-2025] 모임 쪽에서는 반대로 `얼굴 공개`를 가입 조건으로 내건 밴드도 있습니다.[^gaykorea-moim] 이런 조심성의 바탕에는 아웃팅, 곧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일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한 인터뷰 참여자의 표현대로 사람이 서로 겹치는 "좁은 바닥"이기 때문입니다.[^lim-2025] ### 게이바와 모임 모임은 **게이바를 정모 장소**로 쓰기도 합니다. 종로3가 근처에서 게이바를 운영한 한 사람은 자기 바에서 댄스 모임이 격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춤을 추고, 다른 모임 몇 곳이 토요일 저녁에 대규모 정모를 연다고 말했습니다. 넓은 업장을 얻을 때부터 여러 동호회의 정모 장소로 쓰이기를 바랐다고도 했습니다.[^kim-sangbaek] 모임이 업소를 낳기도 합니다. 한 연구에 실린 게이바 운영자는 게이 살사 모임에 취미로 들어갔다가 2011년 바를 열었고, 여럿이 춤출 수 있게 넓은 공간을 얻어 연습 기자재를 들여놓았습니다. 연구는 게이 취미 모임과 게이 업소 사이의 경계가 이렇게 흐려지고 겹쳐 왔다고 봅니다.[^kim-lee-2024] ## 오해 번개와 정모에 대해 흔히 퍼진 이야기 가운데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기록과 어긋나는 것들입니다. - 게이 사이에서 번개는 언제나 섹스를 뜻한다는 이야기. 술번개처럼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가리키는 쓰임도 남아 있습니다.[^gaykorea-main] - 게이들이 왼쪽 손목에 노란 고무줄을 차서 서로를 알아봤다는 이야기. 온라인 모임 게시판에 그런 제안이 올라왔었다는 한 사람의 회고만 있습니다. - 온라인 게이 모임의 첫 정모에 1천 명이 모였다는 이야기. 이를 확인할 기록이 없습니다. - 데이팅 앱이 나온 뒤 오프라인 모임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지역, 운동, 나이대별 모임은 지금도 정모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gaykorea-moim] [^opendict-bungae]: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번개 모임」](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1324602). [^opendict-jeongmo]: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정모」](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927894). [^segye-2022]: 세계일보, [「[설왕설래] 마지막 PC통신」](https://m.segye.com/view/20220306509477), 2022년 3월 6일. [^lim-2025]: 임동현, [「미디어의 진화와 게이 하위문화의 구조변동: 집단 범주화 문제를 중심으로」](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3172486), 『언론정보연구』 62권 1호, 2025. [^gaykorea-main]: 게이코리아, [첫 화면 게시판 메뉴](https://www.gaykorea.net/). 2026년 9월 22일 확인. [^hankook-1996-06]: 한국일보, [「PC통신 즉석미팅 '번개' 열풍」](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199606170018716737), 1996년 6월 17일. [^hankook-1996-09]: 한국일보, [「PC통신 통한 즉흥데이트 '번개팅' 갈수록 인기」](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199609050024305389), 1996년 9월 5일. [^kim-sangbaek]: 친구사이, [「커밍아웃 인터뷰 35 김상백: P싸롱의 추억」](https://chingusai.net/xe/comingout/254277), 인터뷰 및 정리 코러스보이. [^gaykorea-moim]: 게이코리아, [「모임정보」 게시판 목록](https://www.gaykorea.net/bbs/board.php?bo_table=moim_info). 2026년 9월 22일 확인. [^daum-cafe-2014]: 다음 카페 이반게이모임카페, [「2014년모임 참가 해주시면 등업을 올려드립니다」 공지](https://m.cafe.daum.net/nukcafe3/_rec), 2014년 7월 16일. [^gaykorea-notice-2502]: 게이코리아, [「성관계목적글, 성행위, 성적묘사, 성향글 모두 삭제됩니다.」](https://www.gaykorea.net/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38), 2025년 2월 4일. [^gaykorea-notice-2506]: 게이코리아, [「게이코리아는 '섹스만 하는 커뮤니티'가 아닙니다」](https://www.gaykorea.net/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40), 2025년 6월 21일. [^kim-lee-2024]: 김대현·이유나, [「게이 남성 관계・돌봄 실천의 조건: 첫 세대 비(이성애)혼 게이커뮤니티의 명암」](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3106403), 『가족과 커뮤니티』 10집, 2024. ## 관련 문서 - [[게이]] - [[게이 커뮤니티]] - [[게이 은어]] - [[게이바]] - [[종로 게이 공간의 역사]] - [[찜방]] [[분류:번개]] [[분류:정모]] [[분류:소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