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술관에 우리가 들어왔어요
미술관이 늘 편안한 공간이었던 건 아니에요. 하얀 벽에 걸린 그림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경험은 드물었죠. 그런데 올해 서울에서 그게 달라졌어요.
2026년 3월, 종로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Spectrosynthesis Seoul) 이 개막했어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퀴어 미술 기관 전시예요. 타이베이, 방콕, 홍콩을 거쳐 온 시리즈의 네 번째 에디션이 서울까지 왔어요. 74명(팀)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했고요.
"처음"이라는 말이 무게를 가질 때가 있어요. 이번이 딱 그런 경우예요.
![]()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이 뭐예요?
이름이 낯설 수 있어요. 스펙트로신테시스는 "스펙트럼(빛이 무지개색으로 분산되는 현상)"과 "합성(다양한 요소가 하나로 만나는 과정)"을 합친 단어예요. 홍콩의 LGBTQ+ 지원 비영리기관 선프라이드 재단(Sunpride Foundation) 과 아트선재센터가 함께 기획했어요. 아트 디렉터 김선정과 큐레이터 이용우가 공동으로 준비했고요.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트랜스(trans)'예요. 신체, 젠더, 인종,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퀴어적 존재 방식을 탐구하는 작업들이에요. 처음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작품 앞에 서면 이해가 돼요. 어떤 부분이 나의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느낌이요.

방문 전에 알아두세요
| 항목 | 내용 |
|---|---|
| 장소 | 아트선재센터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
| 기간 | 2026년 3월 20일 – 6월 28일 |
| 관람 시간 | 화–일 12:00–19:00 (입장 마감 18:30) |
| 휴관 | 매주 월요일 |
| 교통 | 경복궁역 또는 안국역(3호선) 도보 10분 내외 |
입장료는 일반(25–64세) 10,000원, 청년·경로(19–24세·65세 이상) 7,000원, 청소년(9–18세) 5,000원이에요. 예약 없이 현장 구매도 가능하고, 공식 사이트(artsonje.org)에서 사전 예약도 돼요.
전시 기간 동안 퍼포먼스와 토크 프로그램이 별도로 열려요. 사회학자, 문학 비평가, 미술사학자 초청 강연도 예정되어 있으니 일정을 미리 확인해두면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어요.

이 작가들을 알아두면 달라져요
전시를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한국 퀴어 아티스트 몇 명을 미리 알아두세요. 작품 앞에 서는 경험이 달라지거든요.
정은영 (siren eun young jung)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퀴어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에요. 「여성국극 프로젝트」(2008–현재) 가 대표 작업이에요. 1950년대 이후 점점 사라진 여성국극 남역(男役) 배우들을 추적하는 영상·퍼포먼스 작업이에요. 단순한 기록이 아니에요. 젠더 경계 밖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를 발굴해서 퀴어 계보를 상상하는 방식이거든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참여했고, 2018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어요. 2013년 에르메스재단미술상도 받았고요.
이강승 (Kang Seung Lee)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LA에서 활동해요. 드로잉, 자수, 태피스트리, 도예 등 다양한 매체로 퀴어 예술가·작가·운동가들의 유산을 되살려요. 노동집약적인 제작 방식이 작업의 핵심이에요. 바느질 한 땀 한 땀이 "기억하는 행위" 그 자체니까요.
2021년 갤러리 현대 개인전 「잠시 찬란한(Briefly Gorgeous)」 에서는 지하 전시장을 퀴어 댄스 클럽으로 변신시켰어요.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퀴어락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였고, 2023년엔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어요.
박그림 (Grim Park)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후, 탱화 기법을 직접 배워 퀴어 서사와 결합한 회화를 그려요. 천연 색채와 아교 제조 같은 전통 재료를 고집하면서요. "퀴어라는 존재가 차별 없이 동등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해요.
전통 기법과 퀴어 서사를 한 화면에 놓는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작품 앞에 서면 오히려 자연스러워요. 선프라이드 재단과 OCI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요.
최하늘
조각가예요. 「삼촌」 시리즈(2023–) 로 알려져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 나이 든 퀴어, 또는 작가 자신을 은유하는 분절된 신체 조각이에요. 2024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우는 삼촌의 방」 을 선보였어요.
조각이라는 형식 자체가 퀴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에요. 신체성과 촉각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요.
영화로도 만날 수 있어요
미술관 밖에서도 퀴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서울에는 두 개의 퀴어 영화제가 있거든요.

한국퀴어영화제 (KQFF)
2001년부터 시작된 영화제예요. 올해 제26회를 맞아요. 매년 서울퀴어문화축제 기간인 6월에 열려요. 단편·장편, 국내외 퀴어 영화를 상영하고요. 공식 사이트는 kqff.co.kr이에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SIPFF)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퀴어 국제영화제예요. 올해는 11월 5일(목) – 11일(수) 에 열려요.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국내 퀴어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아시아 각국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고른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매년 조기 매진되는 상영도 있으니, 공식 인스타그램 @sipff_official을 팔로우해두면 좋아요.
두 영화제 모두 실내 상영이에요. 일반 영화관 방문과 다르지 않아요.
퀴어락 — 기억을 모아두는 곳
이강승 작가가 광주비엔날레에서 모티프로 삼은 그 공간이에요. 퀴어락(Korea Queer Archive) 은 성소수자 관련 도서·문서·영상 2000여 편을 소장한 공공 아카이브예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한국 퀴어 인권운동의 역사가 이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요. 전시나 영화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퀴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방문 전에 queerarchive.org에서 운영시간을 확인해두세요.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일정이 비정기적일 수 있어요.
전시 정보 어디서 찾아요?
퀴어 전시와 영화제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즐겨찾기해둘 만한 채널들이에요.
- 아트바바(artbava.com): 서울 전시 정보 큐레이션 사이트예요. 퀴어 태그 검색이 돼요.
- 달진닷컴(daljin.com): 국내 전시·공연 정보를 폭넓게 볼 수 있어요.
- 아트선재센터 인스타그램: @artsonje_center
- SIPFF 인스타그램: @sipff_official
- KQFF 공식 웹: kqff.co.kr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연계 퍼포먼스와 토크 일정은 artsonje.org에서 확인해요. 전시 기간이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라 시간이 충분하긴 한데, 퍼포먼스는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미리 챙겨두는 게 좋아요.
안심 정보 하나: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은 공개 기관 전시라 일반 미술관 방문과 똑같이 가면 돼요. 영화제도 실내 상영이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요. 단, 서울퀴어문화축제 야외 퍼레이드(6월)는 매년 반대 시위가 함께 열리니 동선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아요.
마무리
미술관에 우리 이야기가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어야 해요. 아직 그 길이 다 열린 건 아니지만, 2026년 서울에서는 분명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이 그 증거이고요.
혼자 가도 좋고, 같이 가도 좋아요. 6월 28일까지 열리니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종로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경복궁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예요. 1만 원짜리 경험치고 꽤 묵직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