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한 번쯤 보고 싶었다면
클럽에서 드래그 쇼를 처음 마주치면 잠깐 멈추게 돼요. 화려한 의상, 과감한 메이크업,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에너지. 뭔가 일반 공연과 다른 게 공기 중에 흐르죠.
드래그(Drag)는 퍼포먼스 예술이에요. 의상과 메이크업, 몸짓으로 새로운 페르소나를 창조하고 무대 위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 단순히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아니라, 성별 표현을 재해석하고 과장하고 때로는 비틀어서 보여주는 예술 형식이에요.
한국에서는 이태원을 중심으로 드래그 씬이 꾸준히 성장해왔어요. 1995년 TRANCE 클럽이 문을 열고, 2007년 나나영롱킴이 무대에 올라서기 시작하고, 2018년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창설되면서 드래그는 클럽 안에서 거리로 무대를 넓혀왔죠. 이 글은 그 씬을 처음 들여다보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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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래그의 역사: TRANCE에서 거리까지
1995년, 이태원에서 시작된 이야기
한국 드래그 씬의 공식 역사는 기록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TRANCE 클럽 이야기는 빠질 수 없어요. 1995년 이태원에 문을 연 이 클럽은 초창기부터 드래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30년이 넘은 지금도 그 자리에서 영업 중이에요. 한국 게이 나이트라이프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간이에요.
TRANCE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한국 드래그 씬도 조금씩 성장했어요. 나나영롱킴은 2007년부터 드래그 활동을 시작했는데, 영화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을 보고 감명받아 꾸며보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어요. 지금은 한국 드래그 1세대 퍼포머로, TRANCE 메인 퍼포머부터 서울패션위크, 넷플릭스 드라마, K-pop 아티스트 협업까지 활동 폭을 넓혀왔죠.
씬이 거리로 나온 순간, 서울드랙퍼레이드
드래그 씬의 분기점은 2018년이에요. Hurricane Kimchi(Heezy Yang)와 Ali Vera(Ali Zahoor)가 서울드랙퍼레이드(Seoul Drag Parade) 를 창설했고, 드래그는 처음으로 클럽 밖 공개 거리로 나왔어요.
당시까지 드래그는 이태원 클럽 내 소수 관객 대상 퍼포먼스였어요. 서울드랙퍼레이드는 그 경계를 허물었죠. 지금은 매년 10월 야외 퍼레이드와 2주간의 관련 이벤트로 이어지는 한국 최대 드래그 행사가 됐어요.
나나영롱킴은 이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이제는 드래그 퀸도 많아졌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도 늘었다."
RuPaul's Drag Race와 한국 드래그
RuPaul's Drag Race 시리즈가 국내 드래그 팬덤 형성에 기여한 건 분명해요. 한국계 미국인 Kim Chi가 시즌8에 출연하면서 국내 인지도도 높아졌고요. 2022년에는 World of Wonder가 한국판 드래그 레이스 제작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2026년 3월 현재 공식 방영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히 국내 드래그 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예요.
지금 주목할 퍼포머들
드래그는 퍼포먼스 예술이에요. 퍼포머들의 무대명과 예술 활동을 소개하는 것이지, 그들의 개인적인 삶이나 정체에 관한 이야기는 이 글의 대상이 아니에요.

나나영롱킴 (NANA Youngrong Kim)
2007년부터 활동한 한국 드래그 1세대. 퍼포먼스마다 달라지는 아방가르드 메이크업과 다채로운 색감이 특징이에요.
TRANCE 클럽 메인 퍼포머로 시작해, 2019년 서울패션위크 무대, 2020년 루폴의 드랙레이스 Werq The World 서울 공연,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특별출연, 2025년 SBS 가요대전 LE SSERAFIM 무대까지. MAMAMOO, HELLO Gloom 등 K-pop 아티스트와 협업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서 @nana_youngrongkim 으로 팔로우할 수 있어요.
Hurricane Kimchi (Heezy Yang)
이태원·해방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퍼포머이자 진행자. 카바레 가수 스타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에너지가 특징이에요.
서울드랙퍼레이드 공동 창설자이며, 해방촌 Alley Bunker에서 매주 화요일 Drag Tuesday를 진행해요. Forbes 30 Under 30 Asia 2018에 선정됐고, RuPaul의 Werq The World Asia Tour에도 오프닝 퍼포머로 참여했어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를 오가며 국제 무대도 활발히 소화하고 있죠.
Ali Vera (Ali Zahoor)
이태원·해방촌 기반 퍼포머. Hurricane Kimchi와 함께 서울드랙퍼레이드를 창설하고 공동 진행·운영을 맡고 있어요. 서울 드래그 씬의 커뮤니티를 만든 중심 인물 중 하나예요.
HoSo Terra Toma (호소테라토마)
한국계 퍼포머로 현재 미국 기반으로 활동해요. 요괴(yokai)에서 영감받은 공포·다크 드래그와 페이스 워핑 메이크업이 독보적인 스타일이에요. Boulet Brothers' Dragula 시즌4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시리즈 최연소 출연자이자 한국계 최초 출연자라는 기록도 갖고 있어요.
그 외 씬을 채우는 퍼포머들
전국에 다양한 드래그 퍼포머들이 있어요. 부산에서는 Kuciia Diamant가 2013년부터 활동 중이고, 서울 기반의 More는 18년 경력 댄서로 드래그와 댄스를 결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인천의 Erica Balenciaga, 대전의 Vita Mikju, 논산의 KYAM 등 드래그 씬은 서울을 넘어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죠.
드래그 쇼,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서울 — 정기 공연
TRANCE (트랜스)

한국에서 가장 역사 깊은 드래그 공연 클럽이에요. 이태원역 인근 게이힐에 위치하며, 목–토 22:00–05:00 영업해요.
드래그 쇼는 금·토·일 늦은 밤 (새벽 1시, 3시 시간대)에 진행돼요. 트랜스젠더 공연자의 드래그 립싱크 쇼로, 입장료는 1만–2만 원 (음료 1잔 포함, 현금만 가능)이에요. 30년 전통 공간이지만 처음 오는 사람도 환영해요.
Drag Tuesday (Alley Bunker HBC)
서울 해방촌 Alley Bunker에서 매주 화요일 21:00–23:00 진행돼요. Hurricane Kimchi가 직접 진행하고, 로컬 퀸들이 출연해요. 입장료는 단 5,000원 이에요.
게임과 음료가 포함된 친근한 형식이라, 드래그 쇼를 처음 경험하기에 부담이 없는 공간이에요. "서울 최초 평일 드래그 쇼"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어요.
Drag Drink Play (Rabbithole Arcade Pub)
해방촌에 위치한 Rabbithole Arcade Pub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드래그 쇼가 열려요. 월간 대회 "Snatched"도 운영해요 — 테마에 맞춰 퍼포머들이 경쟁하는 형식이에요. 서울드랙퍼레이드의 주요 파트너 공간이기도 해요.
QBar
이태원 위치. 금·토요일 저녁 에 서울 드래그 퍼포머 로테이션 라인업 쇼가 진행돼요. 쇼는 새벽 1시경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The Link
이태원 위치. 주말에 선택적으로 이벤트가 열려요. 드래그와 비드래그 퍼포머가 함께하는 "Queer Live Music Night" 형식으로, 예술 중심 공간이에요.
주의: 위 장소들의 공연 일정은 변경될 수 있어요. 방문 전 각 업소 SNS에서 당일 공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서울 — 부정기/에이전시
네온밀크 (Neon Milk)
2017년 창설된 서울 기반 퀴어 문화 에이전시예요. Violet Chachki, Naomi Smalls, Kim Chi, Detox 등 해외 드래그 스타의 서울 공연을 기획해왔어요. 보깅·폴댄스 클래스도 운영하고, 퀴어 문화 매거진 발행과 YouTube "Queens of Seoul" 시리즈도 진행 중이에요. Facebook @neonmilkseoul 에서 행사 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부산
TightHall (타이트홀)
부산 동구 자성공원로 28번지, 범일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요. 목 23:00–03:00, 금–토 23:00–04:00 영업하며, 주말 정기 드래그 쇼와 월간 테마파티를 진행해요. 외국인 친화적이고 영어 소통이 가능해요. 방문 전 SNS에서 최신 일정을 확인하는 게 좋아요.
서울드랙퍼레이드

매년 10월 개천절(10월 3일) 전후 에 열리는 한국 최대 드래그 행사예요. Hurricane Kimchi와 Ali Vera가 2018년에 시작했고, 이제는 참가자 수백 명 규모의 야외 퍼레이드와 2주간의 연계 이벤트로 발전했어요.
2025년 행사를 예로 들면:
- 10월 3일 오후 4–5시: 해방촌 → 이태원 → 해방촌 귀환 퍼레이드
- 10월 11일: Uplift Seoul(경리단길) — 한국 단편 퀴어 영화, 공연, 영화인 패널 (영어 자막 제공)
- 10월 12일: Rabbithole Arcade Pub — 할로윈 테마 드래그 쇼
- 10월 17일: Queen Dumb Club(홍대) — 할로윈 에디션 드래그 쇼
서울퀴어문화축제보다 작지만 "친밀한 커뮤니티 분위기"라는 평이 많아요. 야외 행사라 입문자에게도 부담이 없어요. SNS @seouldragparade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팔로우하면 당해 행사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요.
처음 드래그 쇼에 가는 분을 위한 관람 가이드
방문 전 준비
시간: 드래그 쇼는 자정 이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일찍 가면 공연이 시작되지 않은 텅 빈 상태를 만날 수 있어요. 업소 SNS에서 당일 공연 시작 시간을 확인하고 가세요.
현금 준비: 드래그 쇼에는 팁 문화가 있어요. 현금 1만–2만 원 정도 준비해두면 좋아요. TRANCE는 카드 결제가 안 되고 현금만 가능해요.
SNS 확인: 테마파티나 특별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드레스코드가 있을 수 있어요. 방문 전 해당 업소 계정에서 미리 확인하세요.
팁(Tip) 문화
한국은 일반적으로 팁을 주지 않는 문화지만, 드래그 쇼는 달라요. 퍼포머들은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팁은 퍼포머에게 직접 건네거나, 일부 공간에서는 지폐를 무대 쪽으로 향하게 들어 올리는 방식이에요. 금액 기준은 없지만 1,000–5,000원 정도가 일반적이에요. 좋은 무대를 보여준 퍼포머에게 팁을 건네는 건, 드래그 씬을 지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에요.
에티켓
촬영 금지: 대부분의 게이 클럽과 드래그 공연에서 사진·동영상 촬영은 금지예요. 퍼포머와 관객 모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규칙이에요. 이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
호응: 박수, 환호가 퍼포머를 살려요. 적극적인 반응이 무대 에너지를 높여요.
공간 존중: 퍼포머가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 사이를 오가는 경우, 개인 공간을 침범하지 않아요.
음주 페이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세요.
복장
드레스코드는 대부분 없어요. 캐주얼 복장이면 충분해요. 테마파티의 경우만 사전 확인이 필요하고, 드래그 쇼에서는 개성 있는 복장도 전혀 부담 없이 환영받아요.
처음이라면 어디서 시작할까요
| 장소 | 추천 이유 |
|---|---|
| Drag Tuesday (Alley Bunker) | 저렴(5,000원), 소규모, 부담 없음, 화요일 |
| TRANCE | 30년 전통, 안정된 분위기, 주말 |
| 서울드랙퍼레이드 | 무료 야외 행사, 연령 불문, 10월 |
드래그를 직접 해보고 싶다면
관람자로 시작해서 직접 무대에 서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에는 공식 드래그 아카데미는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커뮤니티를 통한 유기적인 진입이 주된 방식이에요.
씬에서 시작하기: TRANCE, Alley Bunker, Rabbithole 같은 공간에 꾸준히 출입하면서 퍼포머들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첫 걸음이에요.
서울드랙퍼레이드 커뮤니티: 퍼레이드 참가, 자원봉사, 이벤트 참여로 드래그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어요.
네온밀크: 보깅 및 퍼포먼스 관련 클래스를 운영해요. Facebook @neonmilkseoul에서 일정을 확인하세요.
SNS 탐색: 인스타그램에서 #드랙퀸 #dragqueenkorea #seouldrag 를 검색하면 국내 드래그 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요.
메이크업은 어떻게 준비하나요
드래그 메이크업은 일반 메이크업과 다른 테크닉이 필요해요. 수염 자국과 눈썹 컨실링, 강한 컨투어링으로 얼굴 형태 재구성, 과장된 아이라이너와 속눈썹이 기본 구성이에요. 나나영롱킴 SNS와 네온밀크 YouTube에서 과정 영상을 참고하는 게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에요.
마무리
드래그 쇼는 처음에 낯설 수 있어요. 클럽 안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싶을 수도 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죠. 그냥 앉아서 보세요. 퍼포머가 무대를 장악하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어질 거예요.
한국 드래그 씬은 TRANCE 1995년부터 시작해 서울드랙퍼레이드 2018년을 거쳐, 지금도 매주 화요일 Drag Tuesday에서, 주말 TRANCE에서, 10월 거리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무대는 열려 있고, 퍼포머들은 이미 그 위에 서 있어요.
한 번 가보세요. 부담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