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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한 달 전, 성소수자 정책요구안이 나왔어요

무지개행동과 띵동이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교육감 후보에게 요구할 성소수자 정책과제를 발표했어요.

6월 3일 지방선거가 이제 3주 앞으로 다가왔어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일을 2026년 6월 3일로 공지하고 있어요. 서울에서는 시장과 교육감, 지방의회가 한꺼번에 바뀔 수 있는 선거예요.

그 시점에 성소수자 단체들이 먼저 질문지를 꺼냈어요. 무지개행동과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4월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성소수자 정책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후보와 시도 교육감 후보에게 요구할 과제를 공개했어요.

핵심은 단순해요. 성소수자 인권을 선거 때만 지나가는 말로 다루지 말고, 서울시 행정과 학교 정책 안에 구체적으로 넣으라는 요구예요.

서울시장에게 묻는 것

무지개행동과 띵동이 서울시장 후보에게 낸 요구는 일곱 가지예요.

서울시 인권정책 기본계획 안에 성소수자 인권정책을 넣고 실제로 이행하라는 것, 퀴어문화축제 같은 성소수자 행사가 차별 없이 열릴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 동성부부와 다양한 가족을 위한 생활동반자 등록제를 도입하라는 것이 먼저 나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상징적 지지”가 아니라 행정이에요. 서울시가 축제 장소 사용, 공공시설, 가족·돌봄 제도, 청소년 지원, 보건·노동 정책에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이거든요.

요구안에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운영, HIV 감염을 이유로 한 공무원 노동권 침해와 차별 방지,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서울시 공공정책 안에서 성소수자 시민을 보이게 하는 데이터와 정책 기반도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 요구안은 “우리도 시민입니다”라는 선언에서 멈추지 않아요. 서울시가 이미 운영하는 제도 안에서 성소수자 시민이 어디에서 지워지는지 짚고, 다음 시장에게 행정 과제로 답하라고 요구하는 문서에 가까워요.

교육감에게 묻는 것

교육감 후보에게는 학교 안 성소수자 학생의 안전과 권리를 묻고 있어요.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위한 정책,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 성소수자 학생이 겪는 침해를 상담하고 구제할 체계, 교직원 연수, 교직원의 책임 명시,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연구가 요구안에 들어갔어요.

이 부분은 게이 남성 독자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에요. 학교에서 처음 자기 정체성을 알아차렸지만 말하지 못했던 사람, 체육복과 생활기록부와 상담실 앞에서 숨었던 사람, 교사의 농담 한마디 때문에 더 깊이 숨어야 했던 사람이 많으니까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후, 학교 안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할 정책 언어가 더 취약해졌다는 문제의식도 이 요구안의 배경이에요. 그래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누가 좋은 말을 하느냐”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 규칙과 상담 체계를 만들겠느냐”를 봐야 하는 선거가 됐어요.

대선 의제와 지방선거 의제는 다르게 봐야 해요

무지개행동은 별도로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도 공개해 두고 있어요. 그 문서에는 차별금지법, 혼인평등, 성별인정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건강권, HIV 관련 차별,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전국 단위 의제가 들어 있어요.

지방선거 요구안은 결이 조금 달라요.

시장과 교육감은 민법을 바로 고칠 수 없고, 군형법을 폐지할 수도 없어요. 대신 서울광장과 공공시설을 어떻게 운영할지, 청소년 성소수자를 어디로 연결할지, 학교에서 혐오표현과 괴롭힘을 어떻게 다룰지, 행정문서와 상담체계 안에 성소수자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방선거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는 가까워요. 내가 사는 도시가 퀴어문화축제를 허락할지, 학교가 성소수자 학생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지, 공공기관이 HIV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을지 같은 문제는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태도에서 바로 드러나요.

지금 할 수 있는 것

이번 요구안은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이 아니에요. 후보들에게 던지는 체크리스트에 가까워요.

투표 전에 볼 것은 세 가지예요.

첫째, 후보가 성소수자 인권을 아예 말하지 않는지 봐야 해요. 침묵은 안전한 중립이 아니라, 지금 있는 차별을 그대로 두겠다는 선택일 수 있어요.

둘째, “모든 시민” 같은 말만 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없는지도 봐야 해요. 모두를 말하면서 성소수자를 지우는 방식은 이미 너무 익숙해요.

셋째, 퀴어문화축제, 청소년 지원, 학교 상담, 차별금지, 생활동반자 같은 단어가 실제 공약과 질의 답변에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해요.

무지개행동과 띵동은 앞으로 각 정당 서울시장 후보와 시도 교육감 후보에게 공개 질의와 정책협약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그 답변이 나오면, 이번 선거를 조금 더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선거는 늘 크고 시끄러운 말로 흘러가지만, 우리의 삶은 구체적인 행정에서 달라져요. 축제를 열 수 있는 광장, 안전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학교,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봐야 할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