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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가 찬성해도 법은 안 바뀐다. 일본 대법원 동성혼, 드디어 시작됐다

2026년 3월 25일, 일본 최고재판소가 동성혼 관련 소송을 대법정(전원합의체)으로 이송했어요. 7년 전 발렌타인데이에 시작된 싸움이 마침내 최고 법원에 닿았고, 판결은 빠르면 2027년 나와요. 75% 여론에도 법이 안 바뀌는 나라, 그 옆에 41%인 우리.

75%가 찬성해도 법은 안 바뀐다. 일본 대법원 동성혼, 드디어 시작됐다

3월 25일 화요일, 도쿄에서 결정이 내려졌어요.

일본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이 동성혼 관련 항소 사건 6건을 대법정으로 이송하기로 했어요. 대법정은 최고재판소 15인 재판관 전원이 모이는 전원합의체예요. 헌법 해석을 새로 내리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할 때만 열리는 자리인데, 일본 최고재판소가 동성혼 문제를 이 자리에서 직접 판단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7년이 걸렸어요.

📰 Japan Times, 2026년 3월 26일

"Japan's top court to issue unified ruling on same-sex marriage after receiving six appeals from high courts with split dec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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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성혼 지지 집회

2019년 발렌타인데이에 시작된 일

2019년 2월 14일, 일본 전국 5개 도시에서 동시에 소송이 제기됐어요. 삿포로,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날, 같은 시간에요.

단체 이름은 結婚の自由をすべての人に, 메리지포올재팬(Marriage For All Japan). 발렌타인데이를 소송일로 고른 건 상징이었어요. "우리도 사랑을 법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

이들의 요구는 단순했어요. 동성 커플의 혼인을 막는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것. 이후 도쿄 지방법원에도 추가 소송이 제기돼 총 6건이 됐어요.

그 6건이 이번 주에 모두 대법정으로 넘어갔어요.

일본 동성혼 소송 타임라인

2019.02
전국 5개 도시에서 동시 소송 제기 (발렌타인데이)
2021.03
삿포로 지방법원, 일본 최초 위헌 판결
2024.03
삿포로 고등법원, 항소심 최초 위헌 판결
2024–2025
도쿄·후쿠오카·나고야·오사카 고법 잇따라 위헌 판결 (총 5곳)
2025.11
도쿄 고법(2차), 유일한 합헌 판결 → 판결 분열
2026.03.25
최고재판소, 대법정(15인 전원합의체) 이송 결정

5대 1로 이겼는데, 왜 아직 안 바뀌나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대부분 원고 손을 들어줬어요. 2021년 삿포로 지방법원이 처음으로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나고야, 도쿄 등에서 잇따라 같은 결론이 나왔어요.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삿포로, 도쿄(1차), 후쿠오카, 나고야, 오사카. 다섯 곳 모두 위헌이라고 했어요.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일관돼요. 헌법 14조(평등 원칙), 헌법 24조(개인 존엄). 동성 커플에게 혼인을 막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고,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존엄을 훼손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2025년 11월, 도쿄 고등법원 2차 판결이 달랐어요. "현재 민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 재판부는 동성혼 인정 여부는 사법부가 아니라 국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봤어요. 이른바 "입법부의 폭넓은 재량"이에요.

5:1. 단 하나의 합헌 판결이 균열을 만들었어요. 항소심에서 판결이 엇갈리면 대법원이 나서야 하거든요. 역설적으로, 도쿄 고법의 합헌 판결이 대법정 문을 여는 열쇠가 됐어요.

🏛️ Amnesty International, 2025년 11월

"A damaging step backwards for marriage equality in the only G7 country that does not legally recognise same-sex couples."

"G7에서 유일하게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결혼 평등에 대한 심각한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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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재판장도 판결문에 이런 단서를 달았어요. "이 상황이 계속되면 위헌 상태가 불가피해진다." 위헌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위헌이 된다는 거예요.

대법정에서 어떻게 될까

15인 재판관이 모여 결정해야 할 핵심은 하나예요. 일본 헌법 24조 1항의 "혼인은 양성의 합의에 따라서만 성립한다"는 조항에서 '양성'이 이성(異性)만을 뜻하는가, 아니면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는가.

가능한 결과는 크게 세 가지예요.

대법정 판결 시나리오

가능성 높음

위헌 선언

현행 민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 국회에 법 개정 의무가 생겨요. 고등법원 5:1을 감안하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

가능성 낮음

헌법불합치

위헌이지만 즉시 무효화하지 않고 국회가 기한 안에 개정하라는 방식. 한국 낙태죄 판결이 이런 방식이었어요.

가능성 매우 낮음

합헌 유지

대법정으로 이송한 것 자체가 기존 해석을 뒤집을 여지가 생겼다는 신호. 법조계에서는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봐요.

📰 경향신문, 2025년 10월

"일본, 2027년이면 동성혼 가능할 것"

판결 이후 국회 개정 논의까지 포함한 전망이에요.

국민 75%가 원해도

일본 정부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성혼 지지율은 75.6%가 나왔어요. 일반 여론조사 평균도 70% 안팎이에요. 20–30대는 80–90%에 달하고요.

숫자만 보면 법이 진작에 바뀌었어야 해요.

일본 동성혼 여론 지지율

전체 국민
75.6%
20–30대 여성
90%
20–30대 남성
75%
60세+ 여성
49%
60세+ 남성
39%

출처: 일본 정부 여론조사, Pew Research Center(2023)

그런데 자민당 정권은 꿈쩍하지 않았어요. "가족의 근간을 흔든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를 반복하면서 입법을 미뤘거든요. 여론과 정치가 따로 노는 나라라는 비판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 The Diplomat, 2025년 8월

"Court rulings and public opinion have aligned in favour of marriage equality, yet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continues to block legislative action."

"법원 판결과 여론 모두 결혼 평등 쪽으로 모이고 있지만, 자민당은 계속 입법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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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정 판결은 빠르면 2027년에 나올 거예요. 현재 대법정에는 다른 사건도 계류 중이라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행사 현장

한국은 1년째

한국은 일본보다 5년 늦게 출발했어요.

2024년 10월, 11쌍의 동성 부부가 전국 6개 법원에 혼인신고불수리처분 불복 신청을 냈어요. 한국 최초의 동성혼 소송이었어요. 2025년 2월에는 2쌍의 동성 부부가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모두의 결혼'이라는 단체가 함께했어요.

그 전에 한 가지 중요한 판결이 먼저 나왔어요. 202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거든요. "성적 지향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말이 대법원 판결문에 처음으로 들어간 거예요. 결혼 자체는 아니었지만, 방향은 분명했어요.

🏛️ Human Rights Watch, 2024년 7월

"South Korea's Supreme Court affirms rights of same-sex partners in a landmark ruling on health insurance benefits."

"한국 대법원이 건강보험 수급권에 대한 획기적 판결로 동성 파트너의 권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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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단체 희망법은 일본 고법 위헌 판결을 분석하면서 이런 지적을 했어요. 한국 헌법 제36조(혼인과 가족생활의 개인 존엄)가 일본 헌법 제24조(혼인의 자유, 개인 존엄)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거예요. 일본 법원이 동성혼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논리가, 한국 헌법 아래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에요. 다만 한국 헌재가 일본 판결을 따를 의무는 없고, 판단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어요.

일본이 7년째 법원 판결을 쌓아가는 동안 한국은 1년 전에 시작했어요. 판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소송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거예요.

한국 vs 일본 동성혼 비교

🇯🇵 일본🇰🇷 한국
동성혼 법적 인정
소송 시작2019년2024년
고법 판결5:1 위헌진행 중
최고법원대법정 심리 개시헌법소원 접수
여론 지지율75.6%41%

여론은 어떨까요. 한국의 동성혼 지지율은 약 41%예요. 일본의 75%와 비교하면 한참 낮아요. 반대율도 55%로 역대 최고 수준이에요. 2024년에는 23만 명 규모의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고요. 지지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목소리가 크고 분명한 나라예요.

법적 경로는 일본과 유사하지만, 정치적 환경은 전혀 다른 나라예요.

한국 퀴어 문화축제 현장

대만 → 태국 → 일본 → 한국?

아시아에서 동성혼을 법으로 인정한 나라는 두 곳이에요. 2019년 대만, 2025년 태국. 두 나라가 먼저 나아간 이후 일본이 대법원 심리를 시작했고, 한국은 헌법소원이 접수돼 있어요.

아시아 동성혼 지형 2026

법제화🇹🇼 대만 (2019) · 🇹🇭 태국 (2025)
심리 중🇯🇵 일본 (대법원 대법정 2026–2027)
소송 중🇰🇷 한국 (헌법소원 2025) · 🇳🇵 네팔 (임시 등록 2024)
부분 인정🇵🇭 필리핀 (재산 공동소유 2026)

네팔도 눈여겨볼 나라예요. 공식 힌두 왕국이었던 나라인데 2023년 대법원 임시 명령, 2024년 동성 커플 임시 등록 허용까지 왔어요. 아직 법적 혼인 권리는 아니지만, 힌두교 국가에서 이 정도까지 온 것 자체가 상징적이에요.

필리핀에서도 2026년 2월 대법원이 동성 커플의 재산 공동 소유를 인정했어요. 혼인 자체는 아니지만, 법적 인정의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요.

흐름이 있어요. 완만하고, 느리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방향은 있어요.

이웃의 결과를 기다린다는 것

일본 대법원 판결은 일본에서만 의미 있는 게 아니에요. 아시아에서 G7 국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는 다른 나라 법원에도, 다른 나라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한국 법원이 동성혼 소송을 심리하는 동안, 옆 나라 대법원은 이미 결론을 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2027년 어느 날, 도쿄에서 판결이 나오면 그게 어떤 내용이든 우리는 그것을 보게 돼요.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과, 우리 자신의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는 거예요.

7년 전 발렌타인데이에 일본 동성 커플들이 법원 문을 두드렸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누군가가 작년에 그 문을 두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