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YL

역사가 된 한 마디: 2025 K-팝·드라마 퀴어 모멘트

2025년 K-팝 최초 보이그룹 커밍아웃, TVING 퀴어 드라마, 서울퀴어퍼레이드 15만 명까지. 한 해 동안 한국 대중문화에서 일어난 퀴어 관련 사건들을 정리했어요.

역사가 된 한 마디: 2025 K-팝·드라마 퀴어 모멘트

2025년은 K-팝 역사에서 처음이 생긴 해였어요. 활동 중인 보이그룹 멤버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건 이전에 없던 일이었거든요. 그 한 마디가 빌보드, NBC뉴스, 가디언에 실렸고, 해외 퀴어 K-팝 팬들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불렀어요.

드라마도 달라졌어요. TVING은 게이 남성의 현실을 정면으로 그린 드라마를 내놨고, 넷플릭스는 여학생들 사이의 감정을 다룬 하이틴 스릴러를 글로벌 배급했어요. 한국 퀴어영화제는 25회를 맞았고, 서울퀴어퍼레이드에는 15만 명이 모였어요.

물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어요. 대법원은 군형법 조항을 유지했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통과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2025년은 기쁜 해이기도, 복잡한 해이기도 했어요.

일어난 일들을 순서대로 정리했어요.


K-팝 아이돌, 커밍아웃

레인보우 플래그가 등장하는 K-팝 공연 현장

2025년 4월 말 — Bain(JUST B), K-팝 보이그룹 최초 커밍아웃

미국 LA, The Vermont Hollywood. JUST B의 월드투어 "JUST ODD" 피날레 공연 중이었어요. 멤버 Bain(본명 송병희, 당시 23세)이 Lady Gaga의 "Born This Way"를 솔로로 부른 뒤 레인보우 플래그를 흔들며 말했어요.

"I'm f**king proud to be a part of the LGBTQ+ community — as a gay person."

K-팝 아이돌이 1,000명 이상 활동하는 산업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멤버들은 약 2년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요. 멤버 지민이 직접 물어봤고, 6명 모두 지지했다고요. 소속사 대표 신영균은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어요.

한국 연예계 최초 커밍아웃 배우 홍석천이 직접 지지 편지를 보냈어요.

K-팝 콘서트 무대 퍼포먼스

이 사건은 빌보드, NBC뉴스, 다이즈드, 가디언이 대서특필했어요. Korea Times는 커밍아웃한 아티스트들이 하나같이 대형 기획사(SM, YG, HYBE 한국팀, JYP 등)가 아닌 소규모 또는 글로벌 시장 지향 그룹 소속이라는 점을 짚었어요. K-팝의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있다는 얘기예요.


2025년 3월·6월 — KATSEYE, 두 멤버 연달아 커밍아웃

HYBE 레이블의 미국 기반 다국적 걸그룹 KATSEYE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3월 24일, 인도계 미국인 멤버 Lara가 팬 플랫폼 Weverse에서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했어요. 팬들의 반응은 압도적인 지지였어요.

그리고 6월 6일, 프라이드 먼스. 중국계 미국인 멤버 Megan이 Lara와 함께한 공동 라이브방송 중 외쳤어요. "Guys, I'm coming out, I'm bisexual." 두 사람이 함께 기뻐하며 점프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졌어요.

KATSEYE는 현역 K-팝 걸그룹 중 퀴어 멤버를 2명 이상 가진 첫 번째 그룹이 됐어요. "HYBE가 미국 시장에서 다양성에 더 개방적"이라는 분석도 나왔어요.


2025년 12월 — XG Cocona, 트랜스마스큘린 논바이너리 커밍아웃

단, 이건 K-팝이 아니라 J-팝이에요. XG는 일본 멤버로 구성된 일본 소속 그룹이거든요. K-팝 시스템과 유사하게 활동하며 한국 음악 산업과 밀접하지만, 엄밀히 다른 카테고리예요.

12월 6일, 자신의 20번째 생일에 Cocona는 그룹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어요. "I am AFAB transmasculine non-binary." 같은 해 초에 이미 상반신 수술(top surgery)을 받았다고 밝혔고, 수술 흉터를 담은 사진도 함께 올렸어요.

XG의 그룹명 원래 약자는 "Xtraordinary Girls"였는데, Cocona의 커밍아웃 이후 "Xtraordinary Genes"로 바꿨어요. 한국 온라인 반응은 지지와 혼란이 섞였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2025년 10월 — XLOV 프라이드 플래그 차단 논란

커밍아웃과는 반대 방향의 사건이에요.

2025년 1월 데뷔한 신인 그룹 XLOV가 폴란드 바르샤바 첫 공연에서 팬이 던진 레인보우 플래그를 멤버 Rui가 집으려 하자 보안 요원이 제지했어요. 직후 폴란드 국기를 흔드는 건 허용됐고요.

소속사 257 Entertainment는 향후 공연에서 "모든 국기를 금지"한다고 밝혔어요. 이유는 "중립적이고 환영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였어요. 리더 Wumuti가 "안전 우려"를 이유로 해명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어요.

퀴어 이미지를 활용해 팬덤을 구축하면서 정작 실제 지지는 회피하는 전형적인 퀴어베이팅(queerbaiting) 사례로 지목됐어요. K-팝 업계 전반에 깔린 "퀴어 미학 소비, 퀴어 지지 회피"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꺼낸 사건이었어요.


드라마, 현실에 가까워지다

2024년 10월 공개, 2025년 확산 — 대도시의 사랑법 (TVING)

TVING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2024년 10월 21일, TVING이 8회를 동시에 전부 공개했어요. 박상영 소설 원작의 동명 드라마로, 게이 남성 고영(남윤수)의 20대 서울 이야기예요.

판타지나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그렸어요. 남자끼리의 입맞춤과 대화를 정면으로 보여줬고, 게이 남성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했어요. 감독 김조광수의 말이에요. "BL은 현실과 거리가 먼 판타지에 가깝지만, 이 드라마는 현실을 직면한다."

공개 전 예고편이 혐오 민원으로 비공개 처리됐어요. 원작 작가 박상영은 "혐오의 민낯은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SNS에 썼어요. 드라마는 TVING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를 기록했고, 미주·유럽·오세아니아 시청자 TOP5에 들었어요.

2025년 내내 입소문을 타며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화제가 됐어요.


2025년 2월–4월 — 선의의 경쟁 (U+모바일tv → TVING → 넷플릭스)

하이틴 미스터리 스릴러예요. 원작은 76부작 웹툰. 대한민국 상위 1% 채화여고의 수능 출제 위원 의문사를 중심으로, 전교 1등 두 여학생 우슬기(정수빈)와 유제이(이혜리)의 경쟁과 관계를 그려요.

공식적으로 "백합(GL)"을 표방하지는 않았어요. 두 주인공의 관계가 백합 드라마로 분류될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고요.

방영 일정: U+모바일tv에서 2월 10일–3월 6일 먼저 공개하고, 3월 10일 TVING에서 전편이 올라왔어요. 3월 14일 TVING TOP 20 1위를 기록했고, 4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대만·태국·베트남에 동시 배급됐어요.


2025년 1월 — 헤븐리(Heavenly), 한국 최초 BL 전문 OTT 오픈

BL 드라마만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국에서 처음 생겼어요. 헤븐리(Heavenly)가 2025년 1월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시장 수요가 커졌다는 신호예요.


퍼레이드와 영화제

2025년 6월 14일 — 서울퀴어퍼레이드, 15만 명

서울퀴어퍼레이드 2025 현장

탄핵 이후 처음 치러진 서울퀴어퍼레이드였어요. 슬로건은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6월 14일, 종각역–을지로입구역 일대에 주최 측 추산 15만 명 이상이 모였어요.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이후, 성소수자 커뮤니티도 반탄핵 집회에 함께했고, 퍼레이드에서도 그 연대감이 이어졌어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행사장 맞은편에선 보수 기독교 단체의 대규모 반대 집회도 열렸어요.


2025년 6월 20–22일 —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서울퀴어문화축제와 공동 주최로 3일간 진행됐어요. 40여 편의 국내외 퀴어 영화를 상영했고, 태국 BL/GL 콘텐츠와 LGBTQ+ 대표성을 탐구하는 세션도 포함됐어요. 베트남, 폴란드, 포르투갈 등 비주류 국가의 퀴어 영화도 선보였어요.

25회를 맞은 영화제가 축제 기간과 겹쳐 열렸다는 건, 한국 퀴어 문화의 공간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변하지 않은 것들

모멘트가 많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였어요.

2025년 4월, 대법원은 군형법 92조의6 판결에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는 조항이 유효하다고 재확인했어요. Human Rights Watch는 이를 2026년 세계 보고서에 포함시켰어요.

차별금지법도 통과되지 않았어요. 2025년 11월 조국혁신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기독교계 반발을 이유로 소극적 입장을 유지했어요. 한국은 2026년 현재도 OECD 국가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는 2개국 중 하나예요.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 LGBT 이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어요.


2025년이 남긴 것

K-팝 보이그룹 멤버가 공개 커밍아웃한 건 처음이었어요. 걸그룹에서 퀴어 멤버 2명이 동시에 나온 것도 처음이었어요. TVING이 게이 남성의 현실을 정면으로 그린 드라마를 냈고, 넷플릭스가 여학생들의 감정을 다룬 한국 드라마를 아시아 전역에 배급했어요. 한국 최초 BL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이 생겼고, 퍼레이드에는 15만 명이 모였어요.

달라진 것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동시에, 구조가 얼마나 느리게 바뀌는지도 보였어요. 커밍아웃한 아티스트들이 하나같이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었다는 사실, 레인보우 플래그를 막은 소속사의 논리, 변하지 않은 법과 정치권의 침묵.

그래도 이 목록이 이렇게 길다는 건, 1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는 얘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