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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r2 리비전입니다(10월 21일 18:18, VAYL AI).

게이[ 펼치기 ]

1.개요

커밍아웃은 게이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이다.[1] 드러내지 않고 지내는 상태는 벽장,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남이 그 사실을 드러내는 일은 아웃팅이라고 부른다.

2013년 한 실태조사에서 게이 응답자의 25.4%는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 모두 또는 상당수가 안다는 응답은 17.3%였다.[2] 커밍아웃하는 이유로는 "더 이상 정체성을 감추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싫을 때"(73.1%)와 "상대방과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싶을 때"(48.2%)를 가장 많이 꼽았다.[2]

같은 조사 보고서는 커밍아웃이 정체성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대가 그 정체성을 받아들일 때 완성된다고 풀이한다. 밝힌 뒤에도 상대가 전처럼 이성애자로 대하면 실패한 커밍아웃이 된다는 것이다.[3]

2.명칭

벽장은 공적으로든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든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영어 closet에서 온 말이라 클로젯이라고도 한다.[4] 커밍아웃은 come out of the closet(벽장 밖으로 나오다)라는 표현에서 왔다.[1]

사전에서 커밍아웃은 성적 지향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말샘은 커밍아웃을 "자신의 사상이나 정체성 따위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로 풀이한다.[5] 게이 사이에서는 이 말을 넣어 만든 말도 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겉모습만 보면 게이인 줄 알 것 같은 사람을 걸어 다니는 커밍아웃, 줄여서 걸커라고 부른다.[4]

아웃팅은 영어 outing에서 왔고, 국어 규범 표기는 아우팅이다.[6] 커밍아웃과 달리 당사자의 뜻이 빠져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3.역사

한국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사람은 2000년 탤런트 홍석천이다. 그가 고정 출연하던 MBC 「뽀뽀뽀」와 KBS 2TV 「야한밤에」 제작진은 곧바로 출연 정지를 통고했고, KBS 제2라디오 시트콤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는 미리 녹화한 방송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동성애자 단체들은 9월 28일 일제히 성명을 내 "방송출연금지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폭력"이라고 반발했다.[7] 10월 4일에는 인권운동사랑방과 동성애자인권연대 등이 「홍석천의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모임」을 발족하고, 차별에 맞서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커밍아웃 2000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8]

홍석천은 뒷날 커밍아웃 전에 "내 말 안 들으면 기자한테 얘기한다"고 협박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이 끊긴 그는 커밍아웃 3년 만에 다시 방송에 섰다.[9] 커밍아웃 10년째인 2010년에도 그를 이어 커밍아웃한 연예인은 나오지 않았다.[10]

같은 시기 동성애자 인권운동 안에서는 커밍아웃-아웃팅 논쟁이 벌어졌다. 커밍아웃의 개인적·정치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커밍아웃 정치학과, 동성애 혐오로부터 지켜 줄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조건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던 아웃팅 방지 운동이 맞섰다. 정현희는 이 논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놓였다고 보았다. 당사자의 준비와 결정만이 커밍아웃과 아웃팅을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지면서, 드러내기 문제는 개인이 자기 정보를 통제할 권리의 문제로 좁아졌다는 것이다.[11]

4.상대별

4.1.가족

2013년 조사에서 게이 응답자 가운데 어머니에게 정체성을 밝힌 사람은 22.2%, 아버지에게 밝힌 사람은 12.0%였다. 밝힌 뒤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응답은 어머니 쪽 18.0%, 아버지 쪽 15.5%로, 보고서는 게이가 다른 집단보다 밝힌 뒤의 관계에서 조금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적었다.[2]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시기는 대개 다른 사람에게 하는 시기보다 상당히 늦은 경향이 있다.[3]

만 19세부터 34세까지를 대상으로 한 2021년 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게이·바이섹슈얼 남성의 63%가 가족 누구에게도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전체 참여자 가운데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게 밝힌 사람은 2%로 가장 적었다.[12]

성인기 초기의 게이 남성 6명을 2015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면담한 연구에서는 참여자가 커밍아웃하자 가족이 그 성적 지향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고, 폭언과 폭력이 따르는 일도 잦았다.[13] 그래도 원가족은 게이 남성에게 쉽게 떼어 낼 수 없는 관계로 남는다. 부모나 파트너, 친구를 돌본 게이 남성 11명을 만난 연구는 아들로서 기대받은 책임감과 함께, 결혼으로 기대되는 남성상에서 벗어난 게이로서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원가족을 돌보는 주된 이유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14]

4.2.친구와 학교

게이가 정체성을 가장 드러내지 못하는 곳은 학교다. 2013년 조사에서 초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나 교사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게이 응답은 60.8%로, 조사한 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2] 보고서는 남성 집단에서 흔한 동성애 혐오적 문화와 남성성을 앞세운 경쟁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보았다.[2]

커밍아웃한 뒤 친구 관계는 소원해지기도 하고, 그대로이기도 하고,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상대가 게이라는 사실만 알 뿐 게이로서의 삶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를 한 참여자는 무늬만 커밍아웃이라고 불렀고, 이런 관계도 결국 멀어졌다. 과 동아리에 커밍아웃한 뒤 "남자라면 축구해야지" 같은 말이 사라졌다는 참여자도 있었다.[2]

호저비 Hojeobi, 「남사친들에게 커밍아웃 3」

4.3.직장

2013년 조사에서 게이의 56.5%는 직장에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동료가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2] 면접에 참여한 게이들은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해고되거나 평판과 근무 평정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했다.[2]

숨기는 동안에는 이성애자인 척하는 일이 잦다. 한 참여자는 여자친구가 있냐는 동료들의 질문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사진을 보여 달라는 말에 친한 여자 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결혼하지 않은 남성을 무능력하다고 보는 분위기 때문에 미혼이라는 사실이 진급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 참여자도 있었다.[2]

같은 조사에서 게이의 68%는 직장에서 성소수자를 조롱하거나 차별하고 폭력을 쓰는 일이 종종 또는 자주 일어난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66%)보다 조금 높았다. 직장생활을 잘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는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구제 절차나 기구(47.8%),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분위기(41.7%)를 꼽았다.[2]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는 임금근로자로 일한 동성애자·양성애자 등 응답자 518명 가운데 44.8%가 정체성 때문에 직장에서 차별이나 괴롭힘을 한 가지 이상 겪었다. 남성 응답자 202명으로 좁히면 42.1%다. 직장을 다녀 본 785명 가운데 14.1%는 정체성 때문에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했고, 남성은 12.7%였다.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정체성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는 69.5%, 상사나 고용주에게 전혀 드러내지 않은 응답자는 83.0%였다.[15]

4.4.군대

2013년 조사에서 군 복무를 마친 게이 응답자 183명 가운데 21.8%는 군대에서 정체성을 알렸거나 알려졌다. 군 생활에서 정체성과 관련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55.0%가 정체성이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2] 반대로 일부 동료 병사에게 정체성을 밝히고 더 가까워진 사례도 보고서에 실렸다.[2]

5.아웃팅

아웃팅은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일이다.[6]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밝혀진다는 점에서 스스로 알리는 커밍아웃과 다르다.[16]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은 협박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13년 조사의 한 게이 참여자는 자신이 좋아해 주지 않는 데 반감을 품은 상대가 직장을 찾아내 다 까발리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2] 동성애자 10명을 면담한 연구는 동성애자의 생활 방식과 이미지가 사회에 알려질수록 벽장에 균열이 생기고, 드러낼지 말지를 스스로 정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11]

직장에서 아웃팅은 일자리를 잃는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직장을 다녀 본 동성애자·양성애자 등 785명 가운데 9.0%가 직장에서 자기 뜻과 상관없이 정체성이 알려진 적이 있었고, 남성은 8.0%였다. 아웃팅을 겪은 응답자의 28.1%는 해고, 권고사직, 재계약 거부 같은 비자발적 퇴사를 겪어, 겪지 않은 응답자(15.3%)의 두 배에 가까웠다.[15]

Earl and Sean 얼앤션, 「커밍아웃 전 당한 아웃팅 The story of how we got outed」

6.정신건강

가족에게 커밍아웃한 게이가 그러지 않은 게이보다 더 우울하다는 연구가 있다. Lee·Jeong(2024)은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조사의 응답자 2,381명을 분석해, 성소수자 남성 가운데 가족 모두에게, 부모 두 사람에게, 형제자매에게만 커밍아웃한 사람이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수준이 높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커밍아웃을 누구에게나 해방이 되는 과정으로 보는 통념과 어긋난다고 적었다.[17] 남성 참여자는 커밍아웃 뒤 가족이 보일 부정적 반응을 더 걱정했고, 부모 모두에게 밝히는 상황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여겼다.[12]

가족에게 커밍아웃한 만 19세부터 30세까지의 성소수자 12명(게이 7명)을 2015년 면담한 연구에서는 가족 대부분이 거부하거나 회피했고, 받아들인 가족은 일부였다. 가족의 태도는 분노, 슬픔, 소외감, 우울, 불안, 무력감, 자존감 하락, 알코올 의존, 자살 생각과 시도를 남겼다. 받아들인 가족을 둔 참여자는 안정감을 느꼈고, 참여자들은 사회의 부정적 태도보다 가족의 부정적 태도에 더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18]

7.문제점

밝힌 쪽이 차별을 더 많이 겪는다. 2013년 조사에서 동성애·양성애 정체성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은 응답자는 16.2%만 차별이나 폭력을 겪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정체성을 공개한 동성애자·양성애자는 73.7%가 겪었다.[19]

벽장에 머무는 데에도 품이 든다. 정현희의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정체성이 직접 드러나는 정보뿐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 옷차림, 동성과 손을 잡는 일처럼 동성애자라고 짐작할 만한 대화와 행동까지 피하거나 다른 뜻으로 보이게 꾸민다. 이런 정보 관리의 피로와 답답함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기도 한다.[11] 2013년 조사의 한 참여자는 직장에서 "거짓말하고 연기만 늘어요"라고 말했다.[2]

한 사람의 벽장은 다른 게이의 벽장과 이어져 있다. 게이 친구나 연인, 모임은 그 자체로 정체성을 짐작하게 하는 정보가 되기 때문에 연인을 친구라고 소개하거나 아는 사이를 숨기고 모른 척 지나가는 일이 생긴다. 연구는 이런 행동이 당사자와 상대 모두에게 미안함, 죄책감, 소외감을 남긴다고 보았다.[11] SNS에서는 일반 계정과 동성애자 계정을 따로 두는 이중 계정으로 상대에 따라 정보를 나눠 보여 주기도 한다.[11] 게이들이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연애 상대를 찾으려고 따로 만드는 페이스북 계정은 게북이라고 부른다.[4]

같은 연구는 정체성 드러내기를 커밍아웃과 아웃팅 둘로만 나누는 틀로는 동성애자가 놓이는 모호한 드러내기 상황을 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11]

8.관련 문서

각주

  1. 친구사이 용어사전, 「커밍아웃 / coming out」, 2010년 12월 7일. ↩ ↩2

  2.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최종보고서』, 2014년 10월, 「게이」 장 62-66쪽, 76-79쪽. 설문은 201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했고 게이 설문 참여자는 989명이다. ↩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3. 같은 보고서, 「커밍아웃의 의미」, 23-24쪽. 성소수자 참여자 전체의 면접을 정리한 대목이다. ↩ ↩2

  4. 민망통계, 「게이말 나들이 9.00판」, 2025년 2월 10일. ↩ ↩2 ↩3

  5.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커밍아웃」. ↩

  6.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아웃팅」. ↩ ↩2

  7. 경향신문, 「홍석천 동성애‘커밍 아웃’TV출연도‘아웃’」, 2000년 9월 28일. ↩

  8. 경향신문, 「홍석천씨 ‘고백’뒤 불거진 ‘동성애’」, 2000년 10월 4일. ↩

  9. 스포츠경향, 「“내가 죽겠다 싶어 저질렀다”…‘밥먹다’ 홍석천, 커밍아웃 한 이유?」, 2020년 4월 7일. ↩

  10. 경향신문, 「홍석천 “커밍아웃안했으면 지금 세상에 없었을것”」, 2010년 5월 24일. ↩

  11. 정현희, 「동성애자의 정체성 드러내기와 정보 관리 행동 연구: 커밍아웃과 아웃팅의 이분법을 넘어」,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3. 초록. ↩ ↩2 ↩3 ↩4 ↩5 ↩6

  12. 이혜민, 프레시안, 「커밍아웃 경험이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2024년 6월 13일.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의 게이·레즈비언·바이섹슈얼 2,381명을 분석한 Lee·Jeong(2024)의 연구를 소개한 글이다. ↩ ↩2

  13. 강혜경·어성연, 「성인기 초기 남성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성 인지와 커밍아웃 경험」, 『가정과삶의질연구』 37권 3호, 2019. 초록. ↩

  14. 김순남·나영정, 「퀴어생존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실천으로서의 돌봄: 게이 남성을 중심으로」, 『가족과 커뮤니티』 10집, 2024. 초록. ↩

  15. 국가인권위원회,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2014년 12월, 96-97쪽, 105쪽, 109-110쪽, 120쪽. 연구 수행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고, 성인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동성애자·양성애자 등 858명의 응답이다. 남성 수치는 게이만이 아니라 양성애자 등을 포함한 남성 응답자 전체의 값이다. ↩ ↩2

  16. 친구사이 용어사전, 「아웃팅 / outing」, 2010년 12월 7일. ↩

  17. Heeyoung Lee·Seong-Jo Jeong, 「Gender Differences in the Relationship Between Coming Out As LGB to Family and Depression in South Korea」, 『Society and Mental Health』 15권 2호, 2024. 초록. ↩

  18. 김진이, 「가족의 거부로 인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합의적 질적 연구(CQR)」,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23권 4호, 2017. ↩

  19. 같은 보고서, 「차별·폭력 경험과 구제」, 32쪽. 성소수자 참여자 전체를 정리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