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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문화

덩치 크고 살집 있는 게이를 가리키는 베어가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어떤 뜻으로 자리 잡았는지 정리했습니다. 체형을 가르는 말이 취향과 정체성으로 함께 쓰이는 방식, 베어가 모이는 술집과 파티, 체형으로 사람을 가르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분류
베어|체형|

베어 문화 한눈에

말의 기원
198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국에서의 뜻
통 이상의 큰 체형 전반
관련 말
KBC, 통스탠, 뚱통죄송

베어라는 말

베어는 영어 bear(곰)에서 온 말로, 덩치가 크고 살집이 있는 게이를 가리킵니다. 미국에서는 여기에 체모와 수염이 함께 붙는 경우가 많고, 한국에서는 체모와 상관없이 큰 체격을 두루 베어라고 부릅니다. 게이들이 체형을 부르는 말 전반은 게이 은어의 「식과 체형」 절에 있습니다. 이 문서는 그 가운데 베어를 둘러싼 말과 모임을 다룹니다.

2020년 국내 학술지에 실린 한 논문은 베어를 "표준적인 체형을 벗어난 체구가 큰 게이들"의 통칭으로 정의합니다. 2010년에 나온 한 게이 용어사전도 "한국에서는 주로 뚱뚱한 체격의 게이를 통칭하여 베어라고 부른다"고 적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베어 운동

베어 문화는 젊고 매끈한 몸을 떠받드는 주류 게이 미감에서 밀려난 남성들이 스스로 모이면서 생겼습니다. 1970년대에는 뚱뚱한 게이 남성들의 모임 Girth & Mirth가 먼저 있었고, 198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덩치 큰 게이들의 모임이 이어지면서 베어가 하나의 이름으로 굳었습니다.

1979년게이 잡지 The Advocate의 글이 베어를 "가슴과 배가 평균보다 큰" 유형으로 묘사
1987년베어 남성의 사진과 만남 광고를 싣는 잡지 BEAR 창간
1989년샌프란시스코에 베어바 Lone Star Saloon 개업
1992년첫 Bear Expo, 첫 International Mr. Bear 대회
1995년베어 깃발 발표, 국제 베어 모임 International Bear Rendezvous 시작(2007년까지)

주말 동안 한 도시에 베어들이 모이는 베어 런(bear run)도 이 무렵 샌프란시스코와 휴양지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미국 베어 사이에서는 나이와 체형에 따라 젊은 베어를 (cub), 나이 든 베어를 대디폴라 베어, 베어를 좋아하는 작은 체구의 남성을 체이서(chaser)라고 부르는 말도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쓰는 말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베어를 미국처럼 세밀하게 나누지 않습니다. 한 커뮤니티 용어집은 한국에서 베어가 "통 이상의 체형을 통틀어 부르는 일종의 대명사"처럼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베어 계열 안에서 자주 쓰는 말은 이렇습니다.

통통한 체형
통건장통통하면서 전체 체격이 큰 사람. 베어 계열에서 인기가 많은 체형으로 꼽힘
통과 뚱 사이
, 왕뚱뚱뚱한 체형, 아주 뚱뚱한 체형
통근육, 뚱근육근육도 많고 살집도 있는 체형
KBCKorean Bear Club의 줄임말. 살집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도 그런 체형인 사람, 또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
통스탠통을 좋아하는 스탠(평균 체형), 스탠을 좋아하는 통. 줄여서 통스

KBC와 통스탠은 체형이 같은지 다른지로 갈립니다. KBC는 베어가 베어를 찾는 쪽이고, 통스탠은 큰 체형과 평균 체형이 서로를 찾는 쪽입니다. 컵, 대디, 체이서 같은 영어권 말은 커뮤니티 용어집에 영어 목록으로 따로 실려 있고, 서울 클럽에서는 DADDY & SON처럼 파티 이름으로 쓰입니다.

취향이자 정체성

베어를 가리키는 말은 두 방향으로 쓰입니다. "제 식은 통이에요"라고 하면 좋아하는 상대를 말하는 것이고, "저는 통이에요"라고 하면 자기 몸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2014년의 한 칼럼은 이를 자신을 향한 체형 정체성과 밖을 향한 체형 지향으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같은 칼럼은 개말라부터 뚱까지 체형을 열두 칸으로 한 줄에 늘어놓는 말버릇을 짚고, 식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상대를 빨리 찾기 위한 도구라고 적었습니다.

KBC라는 말에는 이 두 방향이 겹쳐 있습니다. 살집 있는 사람을 좋아하면서 자신도 그런 체형이라는 뜻이라, 취향과 자기 소개가 한 단어에 들어 있습니다. 이 말은 그런 사람들이 모인 모임을 가리키는 이름으로도 쓰입니다. 베어끼리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서술이 커뮤니티 용어집에 반복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베어가 모이는 곳

술집. 베어가 주로 드나드는 게이바는 종로에 여럿 있습니다(종로 게이 공간의 역사). 2016년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은 종로의 베어 술집 여섯 곳을 꼽으면서, KBC 술집인지 통스탠이 많이 모이는 곳인지처럼 손님의 체형 구성을 기준으로 가게를 나눴습니다. 주 손님의 나이도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가게마다 따로 적었습니다. 게이바 전반은 게이바 문서에 있습니다.

파티. 이태원 클럽에서는 베어를 내건 파티가 정기 편성으로 열립니다. 짐클럽의 BEAR BALL이 대표적이고, 2026년 8월 광복절 연휴에는 이태원과 종로의 여러 업소를 나흘 동안 옮겨 다니는 Bear Town Seoul이 열렸습니다(이태원 게이 공간의 역사).

온라인. 앱 가운데에는 2010년 11월 나온 해외 앱 Growlr가 베어와 체이서를 위한 앱을 내걸었고, 국내에는 베어 위주 커뮤니티를 표방한 웹 커뮤니티 베어블이 있습니다. 게이 온라인 공간의 흐름은 한국 게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변천에 있습니다.

아시아 베어와의 관계

서울의 베어 파티는 아시아 여러 나라 손님을 함께 부릅니다. 짐클럽은 2026년 10월 BEAR BALL을 공지하면서 같은 내용을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로 따로 올렸고, 공지에 "아시아 전역의 친구들"을 부르는 문장을 넣었습니다.

아시아의 베어가 미국과 다르게 보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020년 논문은 한국, 일본, 태국, 중국의 젊은 베어들이 걸그룹 춤을 따라 춘 영상을 살피면서, 서구 베어가 털과 성적 매력을 앞세우는 데 비해 동아시아 베어는 동안과 둥근 체형에서 나오는 귀여움을 앞세운다고 보고 이를 아시아적 베어다움이라고 불렀습니다.

체형으로 가르는 일

베어 문화는 체형 때문에 밀려난 사람들이 만든 문화지만, 체형으로 사람을 가르는 일도 함께 따라 왔습니다.

  • 뚱통죄송(초성으로 ㅌㄸㅈㅅ, ㄸㅌㅈㅅ)은 통이나 뚱 체형은 취향이 아니니 만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2014년 칼럼에도 이미 나옵니다.
  • 반대 방향의 배제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용어집은 베어 업소에 다른 체형이 들어가면 "공기가 된다"고 적었고, 2016년 글은 KBC 술집에 스탠이 가면 "찬밥신세"라고 썼습니다.
  • 2022년 한 게이 팟캐스트는 베어 커뮤니티를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 집단"이라고 부르며 베어를 둘러싼 편견을 두 회에 걸쳐 다뤘습니다.
  • 미국에서는 체모를 기준으로 삼으면 백인에게 유리하다는 비판과, 근육질 베어가 살집 많은 남성을 밀어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런 흐름을 거꾸로 내건 파티도 있습니다. 이태원의 한 클럽은 2026년 TONG'S PARTY를 열면서 BEARS & STANS UNITE를 구호로 걸고 참가 대상을 "모든 체형"으로 적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베어 문화에 대해 흔히 퍼진 이야기 가운데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것들입니다.

  • 베어는 체모로만 정해지고 털이 없으면 베어가 아니라는 이야기. 1979년 잡지에 실린 첫 용례부터 큰 가슴과 배, 곧 체격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 KBC가 국내 최초의 베어 사이트 이름에서 왔다는 이야기. 그 사이트의 주소와 운영 시기를 보여 주는 자료가 없습니다
  • 일본 게이 잡지를 통해 한국에 베어라는 말이 들어왔다는 이야기
  • 베어가 모이는 술집은 안주가 푸짐하다는 이야기

베어 문화를 다룬 글

이웃 문서